금 만드는 박테리아? 친환경 채굴로 이어질 과학의 발견 - 영화 같은 과학 이야기
1. 영화 속 장면 같은 이야기의 시작
'금속을 먹고 순금을 만든다?'
마치 판타지 영화의 대사처럼 들리지만, 실제 과학 연구에서 확인된 사실입니다.
독일 마르틴 루터 대학교와 호주 애들레이드 대학교 연구진은
Cupriavidus metallidurans라는 특이한 박테리아가 독성 금 화합물을
금속 형태의 금 나노입자로 환원하는 현상을 보고했습니다.
(PNAS, 2009, Reith et al.)
이 박테리아는 중금속이 가득한 환경,
예를 들어 금광산의 토양이나 광석 표면처럼
다른 생물은 버티기 힘든 곳에서도 살아갑니다.
그리고 그 극한 환경에서 생존하는 과정에서,
독성 금 이온을 무해한 금속 금으로 바꿔 배출하는 놀라운 능력을 지니고 있죠.
이러한 나노입자 형성은 세포 표면·페리플라즘 및
생물막(biofilm)에서도 관찰됩니다. (ES&T, 2013, Fairbrother et al.)
2. Cupriavidus metallidurans – 금 만드는 박테리아의 정체
C. metallidurans는 2009년 국제 공동 연구를 통해 특히 주목받았습니다.
연구진은 실험실에서 이 박테리아를 금(III) 염 용액에 노출했을 때,
세포의 페리플라즘 등에서 금속 금 나노입자가
에너지 의존적으로 형성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. (PNAS, 2009)
- 서식 환경: 중금속이 다량 존재하는 광산 토양
- 내성 능력: 구리, 아연, 금 등 다양한 중금속에 대한 내성
- 생존 전략: 독성 금(I/III) 이온을 금속 금(Au⁰)으로
환원·침전하여 세포 밖/주변으로 배출
이 능력은 ‘금 생산’이 목적이라기보다,
중금속 독성을 해소하려는 생존 메커니즘의 부산물로
보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 해석입니다. (PNAS, 2009; ES&T, 2013)
3. 금 형성의 생화학적 메커니즘
- 금 이온 유입
— 금(III) 이온(Au³⁺)이 세포 표면 또는 내부로 들어오며
단백질·효소와 결합해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. - 산화 스트레스 발생
— 금 이온이 단백질·효소와 결합하면서 세포 내부에 산화 스트레스가 쌓임. - 해독 경로 가동(유전자 반응)
— 구리 취급 시스템(cup/cus/cop
)과 금 특이 반응 유전자군(gig
)이
조절되며 금 독성 완화에 기여. - 환원 반응
— 글루타티온(GSH) 등 환원성 분자와
효소적 과정에 의해 금 이온이 금속 금(Au⁰)으로 환원. - 나노입자 형성·배출
— 환원된 금 원자가 응집해 나노입자를 이루고,
주로 페리플라즘/세포 외부에서 관찰.
형성은 실험 조건에서 수십 시간 규모로 진행.
▶ 중요: 여기서 말하는 ‘순금’은 우리가 알고 있는
금괴가 아니라 미세한 ‘금 나노입자’입니다.
상업적 금 생산과는 아직 거리가 있습니다.
C. metallidurans 박테리아의 금 환원(미국 국립과학원회보)!
4. 친환경 채굴 기술로서의 잠재력
전통적인 금 채굴에서는 시안화합물(cyanide)이나
소규모 채굴에서의 수은 사용이 환경·보건 문제를 일으킵니다.
미나마타 협약(2013)은 소규모 금 채굴에서의
수은 사용 감축·폐지를 요구하며, 일부 공정은
시안화 침출을 쓰되 엄격한 안전관리가 필요합니다.
(Minamata Convention 가이드, 2018; US EPA, 2025)
C. metallidurans의 금 환원 능력은
이러한 문제를 줄일 수 있는 친환경 대안으로 주목받습니다.
다만 최근 연구는 지화학적 조건에 따라
박테리아의 금 나노입자 형성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음을 제시합니다.
(Appl. Environ. Microbiol., 2024)
- 장점
- 독성 화학물질 사용량 감소(수은 대체, 시안화물 공정 보완)
- 낮은 에너지 소모·저온 공정 가능성
- 폐전자제품(e-waste)에서 금 회수 기술과의 접목 가능
- 활용 가능 분야
- 금 탐사 바이오센서(금 함유 토양·광석 탐지)
- 귀금속 재활용(폐기물에서 금 회수)
- 금 나노입자 응용(의약·전자·촉매)
5. 현재 기술의 한계
상업적으로 바로 적용하기에는 여러 한계가 존재합니다.
- 금 생산량 부족
박테리아 1g이 생성하는 금은 극히 미미함(실험실 스케일 관찰 수준).
상용 채굴 대체 단계 아님.
- 시간 소요
나노입자 형성까지 수일 이상 걸리는 등 속도가 느림.
- 환경 조건 제한
금 이온 농도, pH, 온도, 공존 금속에 따라 효율 변동. (AEM, 2024)
- 나노입자 회수·정제 난점
수십 nm라 물리적 회수와 고순도 정제가 어려움.
- 생물안전·규제
유전자 편집으로 효율 향상 시 생물안전성·환경 방출 검토 필요.
6. 금 가격·투자 시장과의 연관성
- 금 공급과 가격
친환경 채굴이 장기적으로 상용화되면 공급 영향이 있을 수 있으나,
현재는 실험 단계이므로 가격 영향은 거의 없음에 가깝습니다.
- 투자 심리
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시대에 친환경 채굴·재활용 기술은
‘귀금속 시장 동향’ 관점에서 관심 요인이 될 수 있음.
7. 생활 밀착형 응용·사례
- 폐휴대폰 속 금은 얼마나 될까?
휴대폰 100만 대를 재활용하면 약 75파운드(≈34kg)의 금을
회수할 수 있다는 미국 EPA 자료가 있습니다. (US EPA, 2010)
- 스마트폰 1대당 금 함량 추정치는 기종·부품에 따라 다양한데,
산업·연구 보고는 대략 수 mg~수십 mg 범위를 제시합니다
- 재활용 산업 동향
2024년 영국 로열 민트는 연 4,000톤의 회로기판에서
귀금속을 회수하는 e-waste 전용 시설을 가동(캐나다 Excir 화학공정).
'채굴보다 재활용이 효율적'인 분야(금 채굴 비용·환경 부담 완화)에서
가치가 커질 수 있습니다.
다만 현재는 상용 공정은 화학·물리적 회수가 주류이며,
미생물 활용은 보완·탐사·전처리 등에서의 가능성이 연구 중입니다.
8. 영화 같은 과학이 현실로
Cupriavidus metallidurans는
자연의 놀라운 생존 전략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입니다.
이 미생물은 생존을 위해 독성 금 이온을 무해한 나노 금으로 바꾸지만,
그 과정이 인류의 친환경 금 채굴·귀금속 재활용 기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.
아직 상업적 대체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,
기술이 성숙하면 금 탐사 바이오센서나 e-waste 재활용 효율화처럼
현실적 쓰임새부터 차례로 구현될 수 있습니다.